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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일상다반사 (14)
Living, Learning and Loving
손홍민이 금메달을 따면서 군대를 면제 받으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했으니 군대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기사를 보면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웃긴 상황이다.(관련 기사) 기사의 내용을 보면 제일 먼저 보이는 부분이 "손홍민은 되고 방탄소년단은 안 되는가?" 라는 이의 제기이고, 군면제에 대한 형평성 문제 지적과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먼저 "손홍민은 되고 방탄소년단은 안 되는가" 하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되고 빌보드 200의 1위는 안 된다"이다. 아시안게임은 국가간의 경쟁이다. 종목 중에 개인전도 있지만 개인의 자격이 아닌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하는 경기인 것이다. 메달은 ..
주인장은 공대를 졸업한 공돌이이면서 학창시절부터 하루도 음악을 듣지 않고 눈을 감는 날이 없었으며 20년이 넘도록 붓을 들어 글을 쓰다보니 조금이나마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뜨이려 하는 사람입니다. 평생 사람을 좋아하여 항상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었으나 중년에 접어드니 변함 없이 향기를 피우는 술 또한 좋은 친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태백의 시 한 수로 술을 사랑하는 마음에 핑계를 찾습니다. 月下獨酌 - 李太白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천약불애주 주성부재천)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지약불애주 지응무주천)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천지기애주 애주불괴천)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이문청비성 부도탁여현) 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현성기이음 하필구신선)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삼배통대도 일두합자연) 但得醉中趣 ..
서예를 오래 즐겨온 입장에서 명나라 말기의 서예가 동기창의 서화 및 문예론은 사뭇 궁금한 주제이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동기창의 화선실수필 동기창, 문자향, 2017 책소개 중국 서화 예술의 거장, 동기창의 서화 및 문예 평론서 "화선실수필(畵禪室隨筆)"의 저자인 동기창(董基昌, 1555~1636)은 중국 명나라 말기 최고의 문인, 예술가, 비평가이며, 조선 후기 서화 예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특히 문학/예술과 선(禪)을 결합한 새로운 비평의 안목을 제시하여, 창작과 비평에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화선실수필"에는 동기창의 서화관을 중심으로 문예관과 선사상 등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모두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에서는 서법에 관한 이론이, 2권에는 회..
2018. 02. 04 Note 1. 털 긴 놈들, 털 짧은 놈들 "털 긴 놈들(서양인)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모두들 나쁘다 하고, 흉악한 털 짧은 놈들(중국인, 청조 말기 조직된 상군)은 공경하고 어려워하니, 이 세상에 과연 옮고 그른 것이 있는가?" 중국 태평천국 말년에 상군(후난성의 군대)이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치바이쓰(齊白石)의 할아버지 완빙공(萬秉公)이 했던 말이다. 세상에 악한 무리가 있으나 그 무리 속의 사람들이 모두 악한가? 선한 무리 속의 사람들은 모두 선한가? 악한 무리 속의 사람이 한 행동은 모두 악한가? 선한 무리 속의 사람이 한 행동은 모두 선한가? 떼지어 나쁜 이를 비난하는 무리 속의 사람들이 모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아닐 터인데, 그 무리 속 누군가는 자신의 이..
가난한 내가 빛나는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릴 것이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릴 것이고 나는 나타샤를 그리워하며 위스키를 마실 것이다 위스키를 마시며 생각할 것이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위스키 한 잔씩 들고 집 앞 공원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문자가 온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좋다고 백건우의 피아노 연주가 너무 관능적이라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빛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어데서 백건우도 오늘밤이 좋아 건반을 땅땅땅 두드릴 것이다 백석 처럼 용기가 없어 나는 아파했다. 이제는 용기가 없어 아프고 싶지 않아 오늘은 백석의 시를 빌어 용기를 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
하늘 위에 둥근달 나를 계속 따라온다 내가 동쪽으로 가면 동쪽으로 따라오고 내가 서쪽으로 가면 서쪽으로 따라온다 달빛에 마음이 신란하여 내 마음 숨기려 방으로 숨었다 아차, 날 심란하게 만드는 건 둥근달이 아니었구나
제백석에 관한 글을 읽다가 마음에 닿는 문구가 있어 기록을 남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비슷한 것과 비슷하지 않은 것 사이에 있다. 기묘함이 되는 것은, 너무 비슷하면 세속에 영합하는 것이요. 너무 비슷하지 않으면 세상을 속이는 것이다." 作畵, 在似與不似之間. 爲妙, 太似爲媚俗. 不似爲欺世. 제백석의 말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비슷한 것과 비슷하지 않은 것 사이에 있다"는 말이 말장난 같기도 하고 모호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의미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뒤에 설명한 문장을 보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비슷하면 세속에 영입하는 것'이라는 말은 적당히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보장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의 평을 벗어나 자신의 예술에 몰두하는 사람이라면 똑같이 따라 그리지 않을 ..
그냥 그런그런 로맨스 영화이겠거니 하고 본 영화였다. 그런데 의외로 만족감을 주는 영화. 가슴에 뭔가 남아있는 느낌이다. 초반 로맨스 부분의 진행이 좀 과하다 싶게 빠르더니 순식간에 결혼하고 아기까지 생기네. 그리고 새로운 흐름이 영화를 끌고 간다. 가족, 죽음, 인생에 대한 이야기. 요즘 내 머리속에 떠도는 것들 때문일까? 영화 속에서 아버지는 죽기 전에 아들에게 행복을 위한 조언을 한다. 그 중에 내 머리에 팍 박힌 한 마디.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보렴. 처음에는 긴장과 걱정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두 번째에는 느끼면서 말이야" 다시 한 번 더 살아보면 당연한 듯 무심코 지나간 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것 같다. 주위를 돌아 볼 정신도 없이, 고개 들어 하늘 한번 올려 볼..
이기주, 언어의 온도 - 2018. 1. 15 -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pp. 17~19 "할머니는 내가 아픈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그게 말이지.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상처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처의 깊이와 넓이와 끔찍함을. 그래서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자신이 겪은 것과 비슷한 상처가 보이면 남보다 재빨리 알아챈다. 상처가 남긴 흉터를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할머니의 말씀이 따뜻하고 슬프다. 그런데 아픈 경험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자신의 아픈 경험이 다른 사람을 아프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작가와 내가 생각이 다른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아프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말..
'나꼼수로 철학하기' 책을 읽다가 한 문장이 갑자기 눈에 팍 들어왔다. "박완규는 노래를 부를 때 듣는 사람보다 자기를 먼저 생각하는 듯하다. 자기 마음을 노래에 채운다" 어느 음악가도 자기가 먼저 곡을 충분히 느끼고 감동을 해야 관객에게 그것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예술가는 그래야 하는가보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관객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히트곡을 만들려고 하는 작곡가는 어떤 노래를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고민한다. 후크송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작곡가 유희열이 모 방송에서 그랬다.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에서 그것들의 균형을 잡는 것이 가장 어렵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예술적 완성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예술만 생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