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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서예 (9)
Living, Learning and Loving
유홍준 교수의 책 [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를 읽었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거나 서예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추사 김정희에 대해서 이름만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추사 김정희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게 해 주고 그의 작품을 함께 실어 추사체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느낌이나마 알게 해 주는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삐딱한 나는 책을 읽다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멈추고 생각을 해 보니 작품에 대한 평이 막연하고 추상적이었다는 것 때문이었다. 글의 끝머리에 저자는 학술서적으로 의미보다 전기문학으로 책을 보아 주기 바란다고 언급을 하며 마무리를 하였는데 학술적 서적으로의 의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강조를 했다. 물론 추사 김정희에 대해 이정도 고찰이나 정리가 잘 ..
논어에 나오는 말이던가... 同聲相應 同氣相求 (동성상응 동기상구) 동성상응이라 하면 화음을 두고 한 말이지 싶다. 배음 관계에 있는 소리는 서로 어울려서 화음이 된다. 옛말에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도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 술 대신 차를 마셔도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문득 멀리 있는 영감이 떠오른다.
내가 서예를 할 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좋은 종이에 잘 갈아 놓은 먹을 먹인 붓이 종이에 닿는 순간이다. 잘 갈아서 입자가 고운 먹물이 보드라운 종이 위에 닿는 순간 먹물은 종이의 섬유질을 따라 스며 들어 간다. 내려 그은 획을 따라 몽글몽글 먹꽃이 피어난다. 그래서 처음 붓을 종이에 대는 그 순간은 아주 소중하고, 그 때의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긴장된 상태가 된다. 가장 기분이 좋은 그 순간이 때때로 반대의 상황이 되기도 한다. 먹이 잘 못 갈리거나 종이에 수분이 스며 들어 있을 때에는 먹물이 종이에 스며들 때 고목나무 등껍질 처럼 터져 버리기 때문이다. 서예에서 붓을 대는 것을 두고 낙필이라 말한다. 종이가 붓에 다흔 순간을 두고 낙필이라 하고 붓이 갈 방향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을 착지라 ..
한자를 쓰면 파책이 많이 쓰입니다. 특히 예서나 해서에서 파책은 글씨의 느낌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 주어야 할 부분입니다. 흔히 파임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한자로 책(策)이라고 씁니다. 영자팔법에 측, 늑, 노, 적, 책, 약, 탁, 책 이라고 서예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획을 설명하는데 마지막 획이자 우하향으로 내려가는 획을 말합니다. 책(策)이라는 글자를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뜻들이 나옵니다. 딱히 책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다 싶은 뜻이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보이시나요? 제 의견으로 책은 1번 꽤, 계책에 해당하는 뜻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떤 책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서(아마도 "장욱의 필법 12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자는 흘림처럼, 흘림은 정자처럼 써라." 나에게 서예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어딘가 다른 책에 나오는 말인지 다른 사람이 먼저 했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붓으로 글자를 쓸 때에 머리 속에 담아 두어야 할 말이다. 김씨 부인이 영조에게 올린 상언(金氏夫人 上言) / 81.5x160.0cm / 1727년 김씨 부인이 영조에게 올린 상언 중 일부 정자는 글자가 가지런 하다. 악기 연주에 비유를 하자면 음을 정확하게 짚어 나가는 연주자의 연주와 같은 느낌이다. 흔히 정자를 쓰면 글자 형태의 가지런함에 압도되어 획 하나 점 하나에도 삐뚤어짐이 없으려고 안간힘을 쓰게 된다. 그러다 보니 획과 획 사이나 글자와 글자 사이가 자연스럽지 못 하고 막혀있는 느낌을 주게 된다. 정자를 쓸 때에는 가지런한 ..
서예 교본을 보면 집필법이나 영자팔법과 같은 기초 사항이 서두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붓을 잡는 법, 붓을 움직이는 법에 앞서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운동을 하던지 악기를 연주하던지 몸 전체의 자세를 바르게 잡아주지 않으면 실력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습관이 되면 후에 자세를 고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추사 김정희의 서결(書訣)은 서예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나 이미 배우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우연히 이문열의 금시조라는 소설에서 추사의 서결을 인용한 것을 보게 되어 나름대로 이해한 것을 적어보려 한다. 우선 이문열의 금시조에 인용 된 서결의 내용을 살펴 보자. 글씨가 법도로 삼아야 할 것은..
앞선 글에 균형과 호응이라 쓰고 호응에 대한 말씀만 드려서 균형이 대한 이야기를 적으려고 합니다. 켈리그라피를 할 때 글자나 단어의 안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사용된 캘리그라피 작품을 통해 살펴 보겠습니다. 드라마도 인기가 있었지만 그 타이틀 또한 멋지게 적었습니다 해를품은달 다섯 글자는 강약약약강 으로 처음과 마지막을 강하게 하여 "해"와 "달" 글자가 "를품은" 세 글자를 감싸도록 썼습니다. 글자들의 크기는 변화를 주었지만 그 중심선은 반듯하게 썼습니다. 심지어 택스트를 배치 할 공간까지 배려를 한 멋진 작품입니다. 비슷하게 "룡", "나" 두 글자는 길게 변형을 하고 나머지 글자는 가지런하게 중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금 새로운 것은 육의 ㅇ..
앞서 신영복 교수님의 서도의 관계론에 나오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선 획을 배려하여 뒤따르는 획이 양보를 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균형과 호응의 원리를 따라 이루어지게 됩니다. 획의 방향이나 굵기 뿐만 아니라 먹색의 짙은 정도, 획의 마름과 윤택함 등이 모두 균형을 다르게 만드는 요소가 되겠습니다만 우선 눈에 보이는 획의 형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우선 호응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호응"이라는 글자를 한번 보겠습니다. 뭔가 싶으실 것입니다. 그냥 호응이라는 글자인데, 뭐가 호응인가 싶으신가요? 다음 그림을 보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응자의 "ㅡ" 획은 호자의 "ㅎ"과 "ㅗ" 획에 자리를 양보하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한 응자의 두 "ㅇ"은 호자의 "ㅎ"과 "ㅗ"에 ..
94년부터 글을 쓰고 공부하면서 부족하지만 나름대로의 필법이나 글씨체와 서예미학에 대한 생각이 생겼는데 우연히 신영복 교수의 글을 보다가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고 문장을 깔끔하게 정리를 한 글이 보이기에 담아두고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신영복 교수의 글에서 특히 멋진 문장이 있습니다. "일껏 붓을 가누어 조신해 그은 획이 그만 삐뚤어 버린 때 저는 우선 그 부근의 다른 획의 위치나 모양을 바꾸어서 그 실패를 구하려 합니다." 한자 서예를 공부하다 보면 옛 서예가들이 정리한 글자 한자를 구성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결자 44법" 과 같은 결구법이 그것입니다.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 결구법에 따라 꾸준히 연습을 하여 글자가 바르게 써 지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 이후 글자의 조형 원리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