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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오늘의 수상(隨想)

나와 나타샤와 위스키와 백건우

Dr. Jo 2018. 1. 23. 13:21

가난한 내가
빛나는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릴 것이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릴 것이고
나는 나타샤를 그리워하며 위스키를 마실 것이다
위스키를 마시며 생각할 것이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위스키 한 잔씩 들고
집 앞 공원으로 가서 대화를 나누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문자가 온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좋다고
백건우의 피아노 연주가 너무 관능적이라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빛나는 나타샤를 사랑하고
어데서 백건우도 오늘밤이 좋아 건반을 땅땅땅 두드릴 것이다

 



백석 처럼 용기가 없어 나는 아파했다.
이제는 용기가 없어 아프고 싶지 않아
오늘은 백석의 시를 빌어 용기를 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서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서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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