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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독서의 흔적

차바이스가 누구냐

Dr. Jo 2018. 2. 5. 16:39

2018. 02. 04

 

Note 1.

 

털 긴 놈들, 털 짧은 놈들

 

"털 긴 놈들(서양인)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 모두들 나쁘다 하고, 흉악한 털 짧은 놈들(중국인, 청조 말기 조직된 상군)은 공경하고 어려워하니, 이 세상에 과연 옮고 그른 것이 있는가?"

 

중국 태평천국 말년에 상군(후난성의 군대)이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치바이쓰(齊白石)의 할아버지 완빙공(萬秉公)이 했던 말이다.

 

세상에 악한 무리가 있으나 그 무리 속의 사람들이 모두 악한가? 선한 무리 속의 사람들은 모두 선한가? 악한 무리 속의 사람이 한 행동은 모두 악한가? 선한 무리 속의 사람이 한 행동은 모두 선한가?

 

떼지어 나쁜 이를 비난하는 무리 속의 사람들이 모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아닐 터인데, 그 무리 속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선동하는 경우도 있을 터인데. 정말 비난을 받고 있는 나쁜 이가 더 나쁜 것인가?

 

옳지 않음에 소리를 내어 맞서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무조건 그르다 하는 것은 옳음이 아니다.

 

사람의 행동은 옳고 그른 것을 알기 어렵다. 누군가에게 옳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옳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옳다고 믿는 것이 나중에 옳지 않을 수도 있다.

 

 

Note 2.

 

어머니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무척 약해서 수시로 앓았다. 나를 진찰한 마을 의사는 비린 것이나 기름진 것을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것저것 다 빼면 뭘 먹을 수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젖먹이가 또 어찌 제 스스로 음식을 먹었겠는가? 당시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있었으니, 의사의 말에 따라 곧 어머니께서 음식을 가려 드시게 되었다. 어머니는 의사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 따져보지도 않고 아이가 가여운 마음에 기름지거나 비린내 나는 것은 조금도 입에 대지 않으셨다. 행여나 당신의 젖을 통해 아이에게 나쁜 것이 들어갈까 염려하셨기 때문이다. 설이나 명절이 되어 고기다 생선이다 먹을 것을 장만하고 모든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때도 어머니는 손도 대지 않으셨다. 그런 음식들을 그야말로 완전히 끊어버리신 것이다. 이제와서 한스러운 것은 내가 장성한 뒤로 줄곧 객지에서 생활하느라 슬하에서 모시지 못한 것이다. 어머니의 망극한 은혜는 몸이 백 개라도 정녕 다 갚지 못할것이다.

 

 

Note 3.

 

시집올 때 입었던 옷

 

“제대로 된 여자는 시집올 때 입었던 옷을 입지 않아. 집안의 흥망은 제 손에 달린 것이지 친정에서 가지고 온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제백석(齊白石)의 할머니가 며느리를 맞으면서 했던 말

 

 

2018. 02. 07

 

Note 1.

 

귀밑머리도 비단실이 된다

 

"내가 전에 쓴 '이름이 나면 귀밑머리도 비단실이 된다(姓名人識鬢成絲)'라는 시구처럼 세상의 일이란 이렇듯 세력이 있는 편에 줄을 서게 되는 것인가 보다"

 

 

Note 2.

 

도둑에게

 

그대 훗날 자랑하려는 좋은 구절들
늙은이 이미 죽어 시비 가릴 길 없으리

 

料汝他年誇好句
(과여타년과호구)
老夫已死是非無

(노부이사시비무)

 

어느날 제백석이 써 놓은 시구들을 도둑맞고 말했다.

 

"시 쓰는 일은 본래 우아한 일이거늘, 남의 좋은 구절을 훔치기까지 하는 것은 너무 속된 짓이 아닐까."

 

 

Note 3.

 

허리굽히는 자들

 

의발은 진정 전해지는 것

삼절은 알아줄 이 없다 걱정 않으며

공명은 정해진 임자 없으니

허리굽히는 자들을 평생토록 웃어주리라

 

衣鉢信眞傳

(의발신진전)
三絶愁知己少

(삼절수지기소)
功名應無分

(공명응무분)
一生長笑折腰卑

(일생장소절요비)

 

은사 친위안 선생의 사망 소식에 지은 만련(挽聯,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내용의 대련)으로

"이 만련은 친위안 선생을 위해 쓴 것이기는 하나, 실은 나 자신의 독백이기도 했다."라 했다.

 

 

Note 4.

 

고개 숙여 무리 이룰 필요 있으랴

 

일찍이 새긴 도장을 보고 치군을 알았으나,

오늘 전서처럼 소박한 그림을 보았네.

꾸러미 묶인 종이에 옮겨다닌 발 닿았던 자취.

발 밑의 산천에는 구름 어지러이 피어나네.

치군의 인장은 섬세하고 그림은 거치니,

그 중의 묘미는 알아내기 쉽지 않네.

세인들이 그림 보는 눈이 없어,

잘 그린다 못 그린다 하고 말도 많으리.

마치 글씨의 고운 모양만 따져,

퇴지가 우군을 비웃었듯이.

내 그림만 그리면 고인과 하나되는 것,

고개 숙여 무리 이룰 필요 있으랴.

 

曩于刻印知齊君

(낭우각인지제군)
今復見畫如篆文

(금복견화여전문)
束紙叢蠶寫行脚

(속지총잠사행각)
脚底山川生亂雲

(각저산천생란운)
齊君印工而畫拙

(제군인공이화졸)
皆有妙處難區分

(개유묘처난구분)
但恐世人不識畫

(단공세인불식화)
能似不能非所聞

(능사불능비소문)
正如論書喜姿媚

(정여논서희자미)
無怪退之譏右軍

(무괴퇴지기우군)
畫吾自畫自合古

(화오자화자합고)
何必低首求同群

(하필저수구동군)

 

천쓰정이 제백석의 그림을 평하며 적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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