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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들풀의 서예론

파책에 대하여

Dr. Jo 2017. 3. 17. 17:08

한자를 쓰면 파책이 많이 쓰입니다. 특히 예서나 해서에서 파책은 글씨의 느낌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써 주어야 할 부분입니다.


흔히 파임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한자로 책(策)이라고 씁니다. 영자팔법에 측, 늑, 노, 적, 책, 약, 탁, 책 이라고 서예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획을 설명하는데 마지막 획이자 우하향으로 내려가는 획을 말합니다.

책(策)이라는 글자를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뜻들이 나옵니다.


 


딱히 책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다 싶은 뜻이 보이지 않습니다. 혹시 보이시나요?

제 의견으로 책은 1번 꽤, 계책에 해당하는 뜻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떤 책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서(아마도 "장욱의 필법 12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에 따르면 책은 전쟁에서 군대의 이동함과 같이 하여야 한다고 나옵니다. 무겁고 신중하게 이동을 해야 하지만 빠르게 이동을 해야 한다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파책은 무겁게 지면에 힘을 전달하면서 나아가야 하지만 느리게 눌러 앉으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붓이 무겁게 나아가지 않으면 먹물이 종이에 충분히 내려않기 힘들 것입니다. 획이 점차 넓어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붓의 털이 넓게 펼쳐지는 이유로 힘을 싣지 않으면 획이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느리게 나아가면 붓이 넓은 면적에 펼쳐져 있기 때문에 먹물이 번져 탁한 획이 나오게 됩니다. 파책을 써 보면 다른 획에 비해 종이와 마찰을 더 많이 느끼게 되지만 그렇다고 멈추어 눌러 앉으면 그 부분에 먹 구름이 피게 됩니다. 그래서 파책을 쓸 때에는 항상 무겁고 신중하지만 빠르게 붓을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파책은 뭇이 움직이는 흐름에 따라 그 모양이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전이 많고 획 속에서 중봉을 잡아 나가는 안진경 풍이나 절이 많고 획이 나가면서 중봉을 잡아가는 구양순 풍이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을 하거나 절을 하면서 붓이 도는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1번이 구양순 풍의 파책이고 2번이 안진경 풍의 파책입니다.

 


이렇게 모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글씨의 흐름 때문입니다. 붓의 흐름이 구양순 풍의 파책은 끌고 가듯 이어지는 흐름이고 안진경 풍의 파책은 봉을 잡고 튕겨 나가는 흐름이기 때문에 볼록한 방향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구양순 풍과 안진경 풍의 파책에서 붓의 흐름이 어떻게 나아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접하는 예기비, 조전비 등의 비문에서는 안진경 스타일의 파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안진경은 당나라 건국 후 시간이 지나서 태어난 사람인데 예서는 당나라보다 훨씬 이전인 진나라때 사용되던 글씨체이기 때문입니다. 후에 청나라 시절에 등완백 등과 같은 사람이 등장하면서 쓰면서 안진경 풍의 예서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