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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예술 (19)
Living, Learning and Loving
책을 읽다가 카즈시카 호쿠사이의 말이 머릿 속에 남아 기록으로 남긴다. "나는 여섯 살 때부터 사물의 형태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50세부터 나의 그림들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70세가 될 때까지 내 어떤 것도 주목할 만한 것은 없었다. 73세에 이르러 나는 나무와 식물들이나 새, 동물, 곤충이나 물고기의 구조에 대한 통찰력을 다소 지니게 되었다. 그러니 80세에 이르러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90세에는 사물의 숨겨진 본질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100세면 나의 예술이 신성한 상태에 도달할 것이고 110세가 되면 모든 점과 붓선 하나하나가 살아날 것이다. 그 때까지 살아남은 사람만이 나의 이 말이 거짓이 아니란 것을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다." 50세부터 그림이 출판되었다 함은 그 이전에 ..
벗을 만나 술을 찾으면 술이 날 따라오기 힘들고 술을 만나 벗을 생각하면 벗이 날 찾아오지 않네 한백년 이 몸의 일이 늘 이와 같으니 내 홀로 크게 웃으며 서너 잔 술을 따르네 - 석주 권필, 술을 만나 벗을 생각하며 尹而性有約不來獨飮數器戱作俳諧句 (윤이성유약불래독음수기희작배해구) 逢人覓酒酒難致 (봉인멱주 주난치) 對酒懷人人不來 (대주회인 인불래) 百年身事每如此 (백년신사 매여치) 大笑獨傾三四杯 (대소독경 삼사배) 오래 전 어느 서예 작품에서 본 시의 출처를 이제야 찾게 되었다. 시를 지은 이유가 친구 윤이성이 약속을 하고 찾아오지 않자 혼자 술을 마시면서 장난스럽게 희롱하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인가, 내가 마음이 동하여 바라면 손에 잡히지 않고 손에 들어오면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
세상에는버릴 것도 많고 챙길 것도 있지만 아직 채울 수 있는 빈 속이 있다는 건 넘치는 것 보다도 행복하리 오래 전 어디선가 본 문장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모두 무언가 더 가지고 더 채우려고 아둥바둥 하는데 때로는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란 텔레비젼 드라마를 보는데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이만술 역을 맡은 신구 할아버지가 아들과 산에 올라 했던 대사입니다. "(산은) 올라오면 다시 내려가야만 한다. 끝까지 오를 순 없는거야" 올라가면 내려오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 듯 합니다. 주역에서도 "亢龍有悔(항룡유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 높이 올라간 용은 내려올 수 밖에 없기에 후회가 있다는 말입니다. 계영기원 여이동사(戒盈祈願 與爾同死) "가득 채워..
오스트리아 빈에 가면 체제시온(Seccession)이라는 작은 건물이 있다. 미술관이라 하기에는 좀 작은 건물(빈에 있는 다른 미술관들의 규모에 비해)인데 구스타프 클림트를 중심으로 한 빈 분리파라는 모임의 아지트 겸 전시장으로 사용된 건물이라고 한다. 이 건물의 지하에 있는 방에 들어가면 방의 세 면에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베토벤을 기념하기 위하여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Choral)" 4악장을 표현했다고 한다. 모두 다섯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는 행복을 향한 동경 아래 그림의 윗 부분에 오른쪽으로 흐르듯 날아가는 여인들과 오른쪽에 금빛 옷을 입은 여인과 하프가 그려져 있다. 여인이 들고 있는 책 같은 것이 시를 상징한다고 한다..
암청색 골짜기(fjord)와 도시 위로 피와 불의 혀가 있었다. 나는 불안으로 떨면서 거기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을 관통하며 지나가는 무한의 비명을 느꼈다. There was blood and tongues of fire above the blue-black fjord and the city. I stood there trembling with anxioty and I sensed an infinite scream passing through nature - Edvard Munch 뭉크의 이 문장을 보면 "절규"라는 그림이 다시 보인다. 드라큐라(그 당시 뭉크네 동네에서 드라큐라가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를 그린 것이라는 작품도 많고 절규에서도 그림에 대한 뭉크의 메모에서도 정서불안 증세가 심각한 ..
Hangover(Suzanne Valadon), Toulouse Lautrec, 1887-1889 이 그림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Henry de Toulouse Lautrec)이 그린 숙취(Hangover)라는 그림입니다. 모델은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이라는 사람입니다. 이 그림을 가만히 보면 우선 멍한 표정을 한 수잔 발라동의 얼굴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오른쪽에 있는 술병에 시선이 가면 "아, 술을 마시고 있구나"하고 알 수 있습니다. 턱을 고인 왼손, 늘어진 어깨, 내려간 입꼬리에서 뭔가 지치고 재미없는 기분이겠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사는게 피곤하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 요즘 내 기분이 그대로 옮겨진 듯 합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 로트렉..
카즈시카 호쿠사이는 일본의 판화 양식인 우키요에로 유명한 화가입니다. 반고흐, 로트렉 등 유럽의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작곡가 드뷔시가 "바다"라는 교향곡을 작곡하도록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림은 "큰 파도"라는 작품으로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연작 "후가쿠 36경" 중 하나로 넘실거리는 파도 너머로 후지산을 그려 내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왼쪽에서 오른쪽 위로 선을 그으면 왼쪽 조각에는 큰 파도가 중심이 되고 오른쪽 조각에는 후지산이 중심이 됩니다. 두개의 주제를 치우치지 않게 잘 담아 내었습니다. 왼쪽 조각은 역삼각형으로 역동적인 구도 속에 파도를 담았고, 오른쪽 조각은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 속에 후지산을 담았습니다. 각각의 주제를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으로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배치를 하..
살아 있는 날은 - 이 해 인 -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 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중학교 2학년 시절 우연히 읽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 시를 찾아 읽게 만든 첫 시인 윤동주, 김소월의 시 보다 내 마음에 더욱 깊이 자리 잡은 시 막연하게 참 좋구나 싶어 찾아 읽었던 이해인 수녀님의 시와 글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오래 전 돌아가신 큰 이모를 닮으신 수녀님의 얼굴 어느 날 듣게 된 시를 낭송하는 수녀님의 목소리 왜 그렇게 좋았을까 생각 해 보아도 쉽게 말이 떠오르지 않지만... 이해인 수녀님의 온화한 얼굴을 보고 낭랑한 목소리를 ..
인생에 대한 고민이 크던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 너무 좋아했던 시가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입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화두에 빠져 있던 시절에 제목 만으로도 끌림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대충 읽었을 때와 자세히 읽었을 때 전혀 다른 메세지로 해석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시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의미가 되더라도 당시 저에게는 어둠 속의 빛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먼저 시를 읽어 보겠습니다.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노란 숲 속에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안타깝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