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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 로버트 프로스트 본문

예술/문학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 로버트 프로스트

Dr. Jo 2017. 1. 13. 13:18

인생에 대한 고민이 크던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 너무 좋아했던 시가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입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을 가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화두에 빠져 있던 시절에 제목 만으로도 끌림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대충 읽었을 때와 자세히 읽었을 때 전혀 다른 메세지로 해석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시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의미가 되더라도 당시 저에게는 어둠 속의 빛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먼저 시를 읽어 보겠습니다.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노란 숲 속에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안타깝게도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한 사람의 여행자이기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And be on traveler, long I stood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구부러지는 데까지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눈 닿는 데까지 멀리 굽어보면서;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그리고 다른 한 길을 택했다, 똑같이 아름답고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아마 더 좋은 이유가 있는 길을,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풀이 우거지고 별로 닳지 않았기에;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그 점을 말하자면, 발자취로 닳은 건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두 길이 사실 비슷했지만,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그리고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아직 밟혀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묻혀있었다.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아, 나는 첫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길은 계속 길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에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내가 과연 여기 돌아올지 의심하면서도,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어디에선가 먼 먼 훗날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 한글 번역문 아래에 영어 원문을 달다 보니 마지막 연 첫째, 둘째 행이 번역문과 원문의 순서가 달라 번역이 대치되는 채로 적었습니다.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대충 읽었을 때 눈에 먼저 띄는 문장은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 제목만 보고 대충 읽었을 때 "그래 내가 가야할 길을 사람들이 잘 가지 않은 길이야!"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명한 프로스트도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으니 나도 그런 길을 가야해!" 라고 불안한 마음에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읽을 때 보니 그 앞에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때 선택한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이 좋은 길이 만족스러운 길이 아니었다는 말이겠지요. 굳이 그렇게 힘든 길을 가 보아도 별다를게 없는 것을 왜 그렇게 고생을 했을까 하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렇게 간사하게 나에게 유리한 대로 가져다 붙이며 자기합리화와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흐르고 좀 더 나이가 든 어느 날 이 시는 다른 의미로 다가 왔습니다.

"두 갈래 길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그 길을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길을 가더라도 완벽할 수는 없기에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가지 않은 길"은 항상 아름답게 보이고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그 끝이 좋을지 좋지 않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첫번째 연에 나오는 것 처럼 우리는 인생의 한 "여행자"로서 한 시간에 한 가지의 인생을 살 수 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시에서 선택한 풀이 우거지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은 마지막 연의 "먼 먼 훗날"이란 말 처럼 긴 시간의 틀에서 보게 되면 어떤 길이 되더라도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가지 않은 길"은 시간이 지난 후에 추억하며 아쉬워 할 향수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불평하고 사소한 일에도 부모님께 꾸중을 듣기도 했던 어린 시절이지만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아렷한 향수 말입니다. 딱히 그 시절로 돌아 간다면 무언가는 다른 선택을 하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지겠지만 지금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가지 않은 길은 저녁에 친구들과 소주 한 잔 하면서 즐기고 오늘, 바로 지금 순간을 잘 살아가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