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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향은 물성이다 - 산과 물의 사람들 본문

일상다반사/오늘의 수상(隨想)

3. 성향은 물성이다 - 산과 물의 사람들

Dr. Jo 2025. 4. 19. 23:55

 


3장. 성향은 물성이다 – 산과 물의 사람들

— 흐름이 다르면 성향이 다르고, 그 흐름은 물성에서 비롯된다 —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
(仁者樂山, 智者樂水)
— 『논어』, 「옹야」

공자의 이 말은 단순한 풍경 취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내면 흐름을 자연의 상징으로 비유했다.
산은 정적인 존재고, 물은 동적인 존재다.
그리고 사람의 성향은,
바로 그 정(靜)과 동(動)의 방식 안에서 움직인다.


산은 고체다. 물은 유체다.

공학에서는 물질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고체(solid)**와 유체(fluid).

고체는 스스로의 형태를 유지한다.
외부의 힘에 저항하며, 변화에 둔감하고, 안정적이다.
반면 유체는 형태를 바꾸며 흐른다.
힘을 받으면 방향을 바꾸고, 상황에 적응하고, 주변을 감싸 흐른다.

이 물성의 차이는 인간 성향과도 밀접하게 닮아 있다.

‘산 같은 사람’은 고체처럼 중심이 단단하다.
쉽게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지킨다.
조용하지만, 무너지지 않으며,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선호한다.

‘물 같은 사람’은 유체처럼 감각이 빠르다.
자극에 민감하고, 흐름을 잘 읽으며,
필요에 따라 자신의 모습도 유연하게 바꾼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감정을 표현하며,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흐름의 물성은 에너지의 방식이다

고체는 에너지를 쌓는 방식이고,
유체는 에너지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고체형 인간은 감정이 쌓인다.
분노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안으로 머무른다.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흩어지지 않고,
때로는 일정한 임계점을 넘어서 폭발처럼 터지기도 한다.

유체형 인간은 감정을 외부로 흘린다.
금방 웃고, 금방 울고, 금방 털어낸다.
속도가 빠르고, 회복도 빠르지만
깊은 감정은 쉽게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건 성격의 장단점이 아니라,
에너지의 흐름 방식이다.


물성은 사고방식에도 스며든다

‘산’의 사람은 문제를 천천히 파고든다.
단단한 기반을 확인하고,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중심이 중요한 사람이다.

반대로 ‘물’의 사람은 문제를 빠르게 훑는다.
전체 흐름을 읽고, 필요한 결정을 적시에 내린다.
방향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산은 지키고, 물은 움직인다.
산은 관계의 지속을 중시하고,
물은 흐름의 자연스러움을 중시한다.


나는 산인가, 물인가?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산 같고,
어떤 사람은 물처럼 태어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자신이 지금 어떤 흐름에 있는가를 인식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산 같은 사람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물처럼 흘러야 할 때가 있다.
또 감정적으로 유체형인 사람도
어떤 관계나 책임 안에서는 고체처럼 중심을 지켜야 할 때가 있다.

흐름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성향은 본질이 아니라,
그때그때 에너지가 흐르는 방식의 선택일 수도 있다.


공학자는 물성으로 구조를 본다

철학자는 성향으로 인간을 본다

그리고 이 책은
그 둘을 하나로 묶어 본다.

당신이 지금
조금은 무겁고, 느리고, 깊은 흐름을 타고 있다면
당신 안의 산의 물성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가볍고 빠르며, 민감하게 주변을 감지하고 있다면
당신 안의 물의 물성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완전한 고체도, 완전한 유체도 아니다.
하지만 그 물성과의 유사성을 인식하는 순간,
자기 자신을 훨씬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