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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루즈 로트렉 - 숙취 본문

예술/미술

툴루즈 로트렉 - 숙취

Dr. Jo 2017. 3. 17. 16:30

 


Hangover(Suzanne Valadon), Toulouse Lautrec, 1887-1889


이 그림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Henry de Toulouse Lautrec)이 그린 숙취(Hangover)라는 그림입니다. 모델은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이라는 사람입니다.

이 그림을 가만히 보면 우선 멍한 표정을 한 수잔 발라동의 얼굴에 가장 먼저 시선이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오른쪽에 있는 술병에 시선이 가면 "아, 술을 마시고 있구나"하고 알 수 있습니다. 턱을 고인 왼손, 늘어진 어깨, 내려간 입꼬리에서 뭔가 지치고 재미없는 기분이겠구나 하고 느껴집니다. 사는게 피곤하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 요즘 내 기분이 그대로 옮겨진 듯 합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 로트렉이라고 하면 로트렉이 뭐냐? 하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나이 많은 아재들... 그런데 그 아재들도 열심히 듣던 가수 봄여름가을겨울의 아웃사이더에 '쾡하니 검게 반짝이는 눈은 로트렉의 그림을 보네~' 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학창시절 열심히 노래는 따라 불렀지만 로트렉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

로트렉의 이름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인데 우리나라 식으로 바꾸면 "툴루즈 지방 로트렉 가문의 앙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안동 김씨 집안 아무개" 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보통 줄여서 로트렉 혹은 툴루즈 로트렉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화가 "김씨" 라고 표현하는 셈이지요.

로트렉은 귀족집안에 태어났지만 어렸을 때 사고로 무릎을 다치면서 키가 자라지 않아 아버지에게 외면 당하고 가족과 떨어져 파리에서 혼자 살았습니다. 아버지에게 외면 당했지만 어머니는 항상 신경을 쓰고 경제적 지원도 부족하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아서인지 주로 몽마르뜨의 술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술집에서 사람들을 그리고 포스터를 그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로트렉은 반고흐를 후원 해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반고흐와 마찬가지로 자포니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로트렉이 그린 판화나 포스터를 보면 단순하고 화려한 색이 일본의 판화와 비슷한 느낌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을 살펴보면 모델과 술병이 모두 중앙의 삼각형 구도 속에 들어 있어서 시선이 분산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삼각형 바깥은 충분한 여백을 두어 더욱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뒤쪽 난로 굴뚝인지 기둥인지의 오른쪽 경계선과 수잔 발라동의 왼쪽 소매 끝자락과 팔꿈지의 연결선이 이어져 그림을 좌우로 분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만 그으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데 두개로 그림을 쪼개 보면 왼쪽과 오른쪽 조각도 각각 완성된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쪼개 놓았지만 어디를 보는지 알 수 없는 여인을 그린 그림입니다.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수잔 발라동의 등을 따라 이루어진 선을 기준으로 왼쪽은 여백으로 남기고 오른쪽 아래 수잔 발라동을 그렸습니다. 여백 때문에 수잔 발라동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쪼개어 놓은 나머지 오른쪽 그림을 보면 술병과 술잔이 있는 정물화입니다. 오른쪽 술병이 왼쪽 술잔보다 커서 균형이 쏠리는 것을 막아주기 위해 왼쪽 뒤편에 삐죽 삐져나온 테이블도 있습니다.

쪼개서 두개의 작품으로 내 놓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그림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로트렉은 포스터를 적지 않게 그렸습니다. 포스터와 석판화 작품이 많습니다.
로트렉의 포스터를 보면 자포니즘의 영향인지 단순하고 색채가 화려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비를 통해 광고의 핵심을 뚜렷하게 강조하여 표현을 하였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벽에 붙은 포스터를 뜯어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로트렉의 포스터들입니다.

 

Moulin Riuge - La Goulue, Toulouse Lautrec, 1891

영화로도 나왔던 몽마르뜨의 물랑루즈의 광고 포스터입니다. 가운데 치마를 펄럭이며 춤추는 여자가 있는데 물랑루즈에 라굴뤼라는 당시 유명한 댄서가 출연한다는 광고 포스터입니다.
 

 

Divan Japonais, Toulouse Lautrec, 1892-1893

몽마르뜨의 디방 자포네라는 까페(댄서들이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곳)가 의뢰한 포스터입니다.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는 당시 유명한 댄서 제인 아브릴입니다.
 

 

Jane Avril, Toulouse Lautrec, 1893

제인 아브릴이라는 댄서를 그린 그림인데 로트렉은 당시 몽마르뜨 술집에 살다시피 하면서 그곳의 풍경과 댄서들을 많이 그렸습니다. 특히 제인 아브릴과 라굴뤼는 로트렉의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모델입니다.
 

 

Aristide Bruant, Toulouse Lautrec, 1893

당시 카바레 가수 겸 코미디언 겸 카바레 주인이었던 아리스티드 브뤼앙을 그린 그림입니다. 단순화된 그림의 스타일을 보면 브뤼앙의 카바레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Poster for La Revue Blanche, Toulouse Lautrec, 1895

 

 

The White Horse - Gazelle, Toulouse Lautrec, 1881

가젤이라는 백마를 그린 그림입니다. 로트렉이 어려서 그림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말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열일곱살에 그린 그림입니다.
 

 

At the Moulin Rouge, Toulouse Lautrec, 1892-1895

물랑루즈의 풍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손님들이 대부분 당시 유명한 사람이며 술집에서 어울리던 사람들입니다. 재미난 것은 뒤쪽에 걸어가는 키다리와 난장이가 있는데 작은 사람이 로트렉 자신이라고 합니다. 키다리는 사촌동생 타비에드 셀레이랑인데 집에서 보호자 겸 감시자로 보내서 붙어 다녔다고 합니다.

 

Dance at Bougival, Auguste Renoir, 1883

수잔 발라동은 당시 파리 예술가들의 뮤즈라 불립니다. 좋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서커스 단원, 세탁부 등을 하다가 화가의 모델이 되어 로트렉, 르누아르, 드가와 같은 화가의 작품에 다수 등장을 합니다. 나중에 스스로도 화가가 되어 유명해지기도 하는데 그것에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 로트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잔이라는 이름도 로트렉이 지어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일한 사람인데 르누아르 그림 속의 발라동은 밝고 화려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고 로트렉의 그림 속에서는 수수하고 지친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의 화풍에 의한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화가가 수잔 발라동의 어떤 면을 보는지 화가의 평소 생각이나 감정이 어떤지가 그림의 차이를 만든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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