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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오늘의 수상(隨想)

3월 9일의 수상 - 아버지의 나이, 그리고...

Dr. Jo 2017. 3. 9. 17:08

계속 생각하던 것이고 예전에 다른 곳에 적었던 글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옮겨 적어 본다.

 

예전에 적었던 글...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아버지께서는 내 나이 무렵이셨을 듯 하다. 힘으로 하는 것은 나에게 지지 않는다고 장담하시던 아버지는 어느덧 손자, 손녀의 재롱을 보면 기뻐하는 노인이 되어 버리셨다. 어느새 저렇게 흰 머리가 많아 지셨을까? 언제부터 염색을 하지 않으셨던 것일까? 곧 칠순이 되시는 아버지의 연세를 이제야 인식하는 죄스러움이 몰려 온다.

 

돌이켜 보면 내가 성장하면 그 때 비로소 아버지 스스로의 나이를 인식하셨던 듯 하다. 내가 크면서 아버지는 늙어 가신 것이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힘으로 이길 수 있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날, 군대에 입대하던 날, 제대하던 날, 대학을 졸업하던 날 아버지는 한번씩 몰아서 늙어 지셨다.

 

처자식 먹여 살리느라 하루종일 일터에 부대끼고 집에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가 잠드는 일상의 반복에 스스로의 나이를 생각하실 틈이 없었을 거다. 아버지는 그렇게 정작 본인의 나이 듦은 생각도 못 하시면서 할아버지가 되셨다. 그렇게 한 평생 처자식 건사하면서 보내셨던 거다.

 

어느새 내가 중학생 때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못난 자식이 뭐 하나 해 드리지도 못하고 나이만 먹었구나 싶은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이 머리와 마음을 어지럽힌다.

 

3월 9일에 적은 글...

 

내가 크면서 한번도 아버지가 (가족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출근을 하지 않으신 것을 본 적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아침이면 일터로 나가셨다. 내가 나이가 들어 직장생활을 15년 정도 하고서 다시 생각해보니 더 크게 느껴진다.

 

물론 아버지 세대에는 평생직장 개념으로 회사에 봉사를 하고 회사에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도록 봉급을 제공해 주는 관계였고 지금 내가 가지는 직장의 개념은 조금 차이가 있다. 나는 내 능력과 시간을 회사에서 연봉 만큼의 대가를 주고 사용하는 거래 관계라 생각한다. 회사와 약속된 시간동안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회사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내 능력을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딱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없다. 내 능력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연봉을 줄이자고 제의할 수도 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채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일을 하기 싫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날씨가 설레이도록 좋은 날 휴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는다. 스스로 이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어쩌다가 하루를 쉬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햇살이 너무 반짝반짝하는 날 사무실 조명 아래 책상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고 어두워질 무렵 회사를 나서는 것이 불만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회사라는 공간에 구속하고 보내는 것이 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 개인의 삶이라는 것을 생각하셨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나름대로 즐기셨겠지만) 이런 부분에서 아버지와 나의 삶은 크게 차이가 있다. 아버지는 당연한 듯이 일터로 나가셨고, 나는 이 일이 나에게 행복한가 생각하면서 일터로 나간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직장생활을 좀 하고 나서야 아버지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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